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아베노믹스가 길을 잃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가 위대한 일본 경제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오랫동안 선전해 왔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역풍이 일본 경제를 뒤흔들면서 7월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실질임금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상승하는 것은 엔화뿐이다. 엔화 강세는 수출업자에게 닥칠 더 큰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항구 도시인 요코하마에서 찾을 수 있다. 닛산 자동차 본사에서 암울한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면서 일본의 개혁 정책이 추구해야 할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약화시키고 있다.

물론 어느 한 회사의 속임수가 경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닛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베 총리의 경제 개혁 실패 원인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영웅의 추락

닛산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상여금을 과소 신고한 혐의로 체포된 지난 11월부터 문제를 일으켰다.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성장한 이 프랑스인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이었다. 그가 일본의 가장 심각한 기업 부실을 정상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당시 45세였던 곤 전 회장은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닛산을 회생시키기 위해 요코하마에 왔다. 그는 부채를 줄이고 엔지니어를 독려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닛산의 위상을 회복시켰고 흑자로 전환시켰다.

외국인 경영자의 이런 예상 밖의 위업은 “카를로스 곤의 진정한 삶”이라는 만화 시리즈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곤 전 회장은 닛산을 회생시킨 후 일본을 떠나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최고 경영자가 됐다.

이런 곤 전 회장의 몰락은 일본에 충격을 안겨줬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뿐 아니라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닛산은 곤 전 회장의 일탈을 강조했다. 그는 분명 전용 비행기 사용과 과도한 임금 외 지출 등 지나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문제가 곤 전 회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곤 전 회장의 후계자인 히로토 사이카와 전 회장의 스캔들이 터졌다. 사이카와 전 회장도 성과급 지급계획의 일환으로 44만3,000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부당하게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며칠 후 그는 사임했다.

곤과 사이카와 전 회장은 모두 금전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견인해야 할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생물체들이 아베노믹스가 21세기에 진출하기로 되어 있던 일본 주식회사의 가장 큰 회사들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닛산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아베 총리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인 스튜어트십 코드를 도입했다. 이후 기업의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상호 주식보유 정보 공개 등 개혁적인 정책도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24개월 동안 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베제철부터 미츠비시소재, 지진 충격 흡수제 제조업체 KYB에 이르기까지 품질 관리 문제가 연쇄적으로 드러났다.

시즈오카 지역 은행인 스루가 은행은 감독 당국에 의해 부실 대출이 발각됐고. 마쓰다와 닛산, 스바루, 스즈키, 야마하 등은 배기가스 배출량 데이터 조작에 휘말렸다. 올림푸스와 도시바는 최근 수년 내 최대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렸다.

요코하마의 혼란은 아베 총리의 개혁 정책이 무뎌졌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개혁에 대한 과장된 홍보와 달리 과거의 악습이 기업들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닛산의 기업 경영 투명성의 부족은 아베 총리의 개혁 정책이 지향하는 기업보다 중국 기업과 더 많은 공통점을 보여준다. 이상하게도 아베 경제팀과 재계는 일본 브랜드를 실추시킨 닛산의 사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또 일본 검찰의 곤 전 회장에 대해 대우는 더 많은 외국인 인재 영입을 원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비웃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변호사와 가족의 접근이 거의 금지된 채 심문을 위해 108일간 구금됐다. 지난 3월 한 차례 풀려났던 그는 21일간 재구속됐고 현재 가택 연금상태다.

곤 전 회장의 축출은 궁정 쿠데타의 모든 특징을 드러냈다. 곤 전 회장이 축출되자 사이카와를 포함한 닛산 고위 관리들이 언론을 통해 그를 공격했다.

일본 기업이 더 창의적이고 국제적으로 경영을 한다면 일본의 투자가 급증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일본 경제의 도약을 저해하고 있다.

요코하마에서 벌어진 사건은 일본이 개혁 의지를 강화하지 않는 한 경제적으로 퇴행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